문화

[최대억의 명리학 해부]삼청동의 겨울, 어느 노(老)형가의 죽음과 삼형살(三刑殺)의 역학

전상천 2026. 5. 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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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기자 시절이던 2020년 11월, 숙소에서 불과 백여 미터 떨어진 삼청공원 앞 코너길, 국무총리실과 이백여 미터 떨어진 인근에 자그마한 한옥 한 채가 있었다.

 

그 집 앞을 지나던 어느 날, 문 앞에 서서 나를 가만히 쳐다보던 한 노인의 나직한 탄성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어허 참, 장군님이시네. 차 한잔하고 가시죠."


그는 전남 광주 서방에서 태어나 열아홉에 입산하여 유불선도역(儒佛仙道易)을 사사했다던 자였다.

 

그러나 그의 삶을 채운 수식어는 기괴할 정도로 번잡했다.

 

승려이자 관상가, 성명학자였으면서도 한때 서방파 조폭이자 복싱체육관 관장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욕쟁이이자 정신병자로 불리던 사내.

본래 성씨는 심(沈) 씨였으나 평생 마(馬) 씨로 살아야 했던 노학자와 소주잔을 기울이던 날. 훗날 자신과의 인연을 글로 꼭 기록해달라며 호탕하게 웃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사진= 최대억

 

전직 대통령들과 재계 거물들, 그리고 바로 윗 동네에 산다던 가수 전인권이 안방처럼 드나들던 법당의 주인이었다.


법당에서 그가 권한 술은 맹물처럼 달아 여러 병을 비웠다.

 

관상에 이어 명리 통변이 이어졌을 때, 내 눈에 비친 그의 명리학에는 성글고 거친 허점이 보였다.

 

그 부분을 예리하게 지적하자 그는 주역을 아느냐 물었고, 내가 주역의 한 수를 읊조리자 그는 두보(杜甫)의 시로 화답했다.

 

겉포장을 걷어내자 그곳에는 두보의 시로 천명을 통변하던 한 명의 노학자가 서 있었다.


그가 내게 물었다. “내가 언제 죽을 것 같소.”


내 마음속에 스친 글자는 단호하게도 ‘곧’이었다.

 

그러나 차마 그 칼날 같은 한 마디를 뱉지 못해 명리학의 언어로 우회하여 답했다.

 

“마음먹기 나름인데 인간사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늘이 판단하면 지금이라도 가겠지요. 근데 사주를 보니 2022년에 형살(刑殺)이 너무 강하게 들어오니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천명을 알고 있다는 듯, 쓸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는 나의 학문적 깊이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안타까워했다.

 

“구슬이 서 말이면 무엇 하나, 꿰어야 보배지. 어찌 나보다 공부를 많이 하고도 이 실력으로 재물과 연결을 못 시키오? 나랑 딱 두 달만 지냅시다. 그 방도를 다 가르쳐줄 테니, 당신은 지금까지 한 주역 이야기를 책으로 재밌게 적어보시오.”


그 제안을 거절하며 내가 말했다.

 

“선생도 선생 팔자대로 살았고 나 역시 내 팔자대로 사는데, 타고난 대로 사는 게 익숙하니 더 이상 재물 얘기는 마시고 이승에서 남은 할 일이나 찾으세요. 할 일 없으면 운도 다 할 것입니다.”


그것이 사실상 마지막 깊은 대화였다.

 

그 뒤로 두어 번, 집 앞에 앉아 있는 그를 마주쳤을 때 “술 그만 드시소. 그카다 명대로 못 삽니다”라고 핀잔을 준 것이 마지막 처세였다.

 

그가 내가 안고 있던 고양이를 보며 “고양이는 키워봤자 헛수고요, 개는 충직한데”라고 혀를 찼을 때, 나는 그가 묶어둔 개 두 마리를 보며 답했다.

 

“목줄 좀 풀어주이소. 안그래도 충직한데 개가 힘들어 보입니다. 고양이는 개처럼 살갑지 않아도 기대를 안 하고 정성을 다하면 다가옵니다. 설사 오늘 당장 떠나더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조만간 목줄이 풀려 이승을 떠날 그의 운명에 대한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 2021년 1월의 어느 날, 삼청동에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다.

2021년 1월의 어느 날, 삼청동에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다. 사진=최대억

 

문득 생각나 찾아간 그 집에서, 나는 그의 후처의 딸에게 그가 바로 전 해인 2020년 12월 17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2022년의 대재앙이 들이닥치기 직전, 그는 이미 육신의 한계를 맞이하고 스스로 명줄을 놓아버린 것이다.


많은 이들이 명리를 보며 '형살이 들어오면 죽는가'를 묻는다.

 

그러나 임상에서 형살, 특히 인사신(寅巳申)이나 축술미(丑戌未) 삼형살이나 자묘(子卯) 형살 등이 들어온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형살의 본질은 '조정하고 수술하며, 깎아내고 바로잡는 강제적 압박'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그의 명식에 들어올 강한 형살을 보고 그의 종말을 예측했는가.


명리학적으로 세상을 떠나는 시기는 단순히 흉운(凶運)의 도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주원국의 용신(用神)이나 정신의 기둥인 인성(印星)이 무너질 때, 그리고 무엇보다 육체적 한계와 정신적 방하착(放下着, 내려놓음)이 궤를 같이할 때 천명은 다한다.


그는 이미 평생에 걸친 폭음과 거친 삶으로 인해 생리적 원기인 수(水)·목(木) 기운이 고갈된 상태였다.

 

원국 자체에 삼형의 인자가 강하게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대운과 세운의 형살은 약해진 육신을 치는 잔인한 칼날로 변한다.

 

설사 형살이 도래하기 전이라도, 인간이 내면에서 "더는 이승에서 할 일이 없다"고 모든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명식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글자들은 힘을 잃는다.

 

내가 그에게 "할 일 없으면 운도 다 할 것"이라 경고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신이 육체를 포기할 때, 형살은 숙살(肅殺)의 기운이 되어 생명을 거두어간다.


그렇다면 이 잔인한 형살을 인간은 어떻게 다스리고 개운해야 하는가?

 

역학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업상대체(業傷代替)의 원리이다.

 

형살은 칼을 쓰고, 피를 보며, 사람을 구속하거나 구제하는 강한 에너지다. 따라서 스스로 의료, 법조, 군경, 혹은 활인(活人)과 종교의 영역에 몸담아 그 기운을 미리 써버리는 것이다.

 

그 노인이 조폭과 복싱관장이라는 거친 삶(형살의 가해)을 거쳐 결국 입산하여 중이 되고 역술가(형살의 활인적 해소)로 살아간 것 자체가 본능적인 업상대체였다.


둘째, 천간(天干)의 생극제화와 통관(通關)이다.

 

지지에서 삼형살이 서로를 물고 뜯으며 피를 흘릴 때, 천간에서 이를 자비롭게 조율해 줄 글자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관살(官殺)의 형을 식상(食傷)으로 제(制)하거나, 인성(印星)이라는 정신적 사유를 통해 형살의 거친 기운을 학문과 종교적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가 말년에 두보의 시를 읊으며 통변을 했던 행위는 지지의 피 비린내 나는 형살을 천간의 문학적 인성으로 승화시키려 했던 처절한 개운의 몸짓이었다.


셋째, 진술축미(辰戌丑未) 화개(華蓋)의 활용이다.

 

삼형살 중 축술미는 토(土)의 형살로, 인간의 내부적 갈등과 은밀한 배신, 붕괴를 뜻한다.

 

이 토의 기운을 다스리는 가장 높은 차원의 개운법은 이를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인 신앙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속세의 물질적 욕망을 내려놓고 고독한 사유의 창고인 화개를 열어 인간의 업보를 관조할 때, 삼형의 칼날은 인간을 치는 무기가 아니라 영혼을 벼리는 정반(鑚盤)이 된다.


그 노인은 떠나기 전 내게 서명과 함께 책 한 권을 건넸다.

 

내 이름 뒤에는 '법심(法心)'이라는 법명을 적어주었다.

 

누군가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책이라 했다.

노인이 떠나기 전 필자에게 서명과 함께 건넨 책. 사진=최대억

 

나 역시 줄 것이 없어 내가 쓴 아끼던 책 한 권을 건넸다.

 

서로의 영혼을 맞바꾼 마지막 교환이었다.


그는 내게 말했었다.

 

"최 선생을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오. 종로에서 국회의원 해보시오. 그리고 훗날 대통령도 해보시오. 그리 될 사람입니다. 최 선생 어차피 돈 쫓는 사람 아닌데, 50대 중후반을 거치며 아주 큰 돈이 들어옵니다."


그 달콤한 예언에 흐뭇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러나 나는 권력의 정점을 향해 가라던 그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더럽고 추한 과정을 거치고 살아야 얻는 그런 관직을 얻을 바엔, 나이 들어 선생이 사는 이런 한옥 하나 얻어 아내와 행복하게 살며 한자 가르치며 붓글씨 적으며 하늘이 오라 하면 가는 게 내 꿈이요."


명리학적으로 정치의 중심에 서서 거친 권력을 쟁취하려면 길신(정관, 정인, 식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타인을 압도하고 판을 뒤집는 상관(傷官), 편관(偏官), 겁재(劫재), 양인(羊刃) 같은 강력한 흉신(凶神)들을 피를 흘리며 써야만 한다.

 

칼을 쥔 자는 칼로 망하는 법, 그 흉신의 탁한 진흙탕 속에서 내 영혼을 더럽히며 사느니, 나는 차라리 진술축미 화개의 맑은 눈을 켜고 세상을 관조하는 '기록자'의 삶을 택하겠다 마음먹은 것이다.


그간 떠난 뒤 집을 찾아간 날 서울에는 눈이 소복소복 쌓였다.

 

그가 이승에 버리고 간 큰 한옥집과 삼청공원 앞 코너길을 걷다 보면, 눈발 사이로 그 노인이 여전히 앉아 나를 쳐다보는 듯하다.

 

그가 남긴 책 속의 두보 시들을 보며 지금 나의 50대 후반, 그리고 나의 미래를 관측해 본다.


권력도, 재물도 결국 대운과 세운이 부리는 찰나의 연극일 뿐.

 

삼형의 칼날을 피해 진짜 자신으로 살아남는 길은, 오직 내면의 밭을 일구며 하늘이 내린 천명을 담담히 기록하는 것뿐임을, 그날 삼청동의 서글픈 눈발이 나에게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http://www.thenewsnomics.com/news/article.html?no=32414

 

[뉴스노믹스] [최대억의 명리학 해부]삼청동의 겨울, 어느 노(老)형가의 죽음과 삼형살(三刑殺)의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이던 2020년 11월, 숙소에서 불과 백여 미터 떨어진 삼청공원 앞 코너길, 국무총리실과 이백여 미터 떨어진 인근에 자그마한 한옥 한 채가 있었다. 그 집 앞을 지나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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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억 한중(중한)명리심리학회 공동 회장

 

주요 이력

​2004년~현재: 명리학 연구 및 상담(22년 경력)

중국 학술 교류: 북경, 상해, 광저우, 호남성 계양 등 중국 전역 순례

활동: 현지 명리학자들과의 학술 경합 및 임상 연구 수행

전문 분야: 사주팔자 분석, 운의 흐름(대운) 진단, 인생의 순리 설파

한중(중한)명리심리학회 공동 회장

전 중국광저우일보미디어그룹 한원조보 편집국장

전 상해경제신문 편집국장

중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전 청와대·국회 출입기자

현 아시아경제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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